주한미군의 항의 서한은 종속구조를 이용한 결례

주한미군이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의 오산기지 압수수색을 문제 삼으며 한국 정부에 공식 항의서한을 보냈다. 미국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근거로 든 것은 외교적 형식 속에 감춰진 권한 우위의 재확인 시도이자, 한국 사법주권에 대한 명백한 간섭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이 아니다. 이는 ‘한미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형성된 구조적 종속의 반복이며, 한국 내 일부 세력이 이를 ‘자연스러운 질서’로 받아들이는 착시 속에서 가능해진 결례다.

SOFA는 면죄부가 아니다

주한미군 측은 “SOFA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특검의 압수수색은 군사기밀이 아닌 범죄 혐의 수사에 대한 절차였다. 주한미군사령부 내의 행정시설이라도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불법행위라면 대한민국의 법이 우선된다. 주한미군의 항의는 “미군과 관련된 사건은 미국만 수사권을 가진다”는 논리와 다름없는데, 이것이 바로 식민지 시절의 치외법권과 무엇이 다른가.

“동맹의 이름으로 사법주권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동맹이 아니라 종속이다.”

실제로 SOFA 어디에도 ‘미군 관련 범죄를 한국이 수사할 수 없다’는 조항은 없다. 만약 그런 식의 운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협정의 해석을 가장한 불평등의 관행이며, 이제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패키지 딜’ 속에 숨은 압력의 기술

주한미군의 서한이 압수수색 3개월 뒤에야 등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한미 간 관세협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이어질 ‘동맹 현대화’와 방위비 협상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이번 항의는 단순히 법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한국이 더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외교적 압박이다. 한미 간의 협상이 언제나 ‘안보’와 ‘경제’가 한 묶음으로 다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권 문제마저 협상 테이블의 변수로 쓰이는 현실 — 이것이 바로 종속의 구조가 교묘하게 작동하는 방식이다.

주권 없는 동맹은 위험하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며 중국 견제의 전초기지로 한국을 설정하는 동안, 한국은 사법권과 외교권의 경계가 흔들리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제는 “동맹이니까”라는 말로 불평등을 감추는 시절을 끝내야 한다.

한국의 사법 절차를 존중하지 않는 항의 서한은 ‘동맹’이 아니라 권력의 언어로 포장된 내정 간섭이다. 주권을 행사한 특검의 조치에 대한 불만을 공식 문서로 전달하는 행위는 외교적 형식을 취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한국은 아직 판단 주체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전제한 오만이다.

결론: SOFA 재조정과 주권의 재정의

이번 사안은 단순히 특검과 미군 간의 갈등이 아니라 한국의 법치와 주권이 어디까지 유효한가를 시험하는 사건이다. 한미동맹이 진정한 상호존중의 관계로 나아가려면 불평등한 조항과 관행을 유지하는 SOFA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한국의 사법주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한미동맹의 현대화”는 공허한 외교문구에 불과하다. 동맹은 종속이 아니라 평등에서 출발해야 한다. 미국이 이런 결례를 범한 것은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최악의 경우 동맹 파기를 하더라도 꾸짖어야 한다. 미국이 자초한 행위다. 🏠